붉은 반점이 얼굴을 뒤덮고 나는 눈이 부셔. 그늘에 있어도 눈동자가 쪼개질 것 같아. 왜 태양은 면도칼을 들고 나를 찾아다니나. 나는 겨드랑이가 약해. 찔리면 오래도록 일어설 수 없어. 왜 나는 병들지 않았는데 아플까. 왜 죄짓지 않았는데 도망칠까. 하지만 걱정하지 않아. 나는 혼자서도 잘 노는 돌연변이야. 썩은 땅이 길러낸 생명체야. 나의 세포는 습기를 먹으며 미친 듯이 분열하지. 네 개의 다리는 거친 땅을 기지만 셀 수 없이 많은 나의 유전자는 햇빛을 가르고 하늘 높이 날아가지. 그러니 살아 있는 한 냉정해야지. 이마에 벌레가 떨어져도 코앞에서 악마의 입이 벌어져도 소리치지 말아야지. 내가 살아 있는 것은 내가 누군가의 심장에 뿌리를 박고 있기 때문. 그의 영혼을 줄기차게 빨아먹고 있기 때문. 자, ..